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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우리나라서 제일 긴 곤충, 말총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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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6 23:19:26 수정 : 2022-06-17 10: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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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갈기나 꼬리털을 일컫는 ‘말총’은 탄성과 강도가 좋아 과거에는 망건이나 갓을 만들거나 빗자루 같은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쓰였다. 꼬리처럼 보이는 긴 산란관이 말총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말총벌’(Euurobracon yokahamae)은 우리나라에서 몸길이가 가장 긴 곤충이라 할 수 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는 15∼21㎜, 산란관은 90∼178㎜에 이른다.

5∼7월 참나무숲에서 주로 관찰할 수 있는 말총벌은 고치벌과에 속하는 기생성 벌이다. 암컷은 숙주에 알을 부착하기 위해 몸길이의 열 배나 되는 긴 산란관을 갖고 있다. 5월에 짝짓기와 산란을 끝내는 말총벌의 수명은 일주일 내외로 몹시 짧다. 그에 맞게 산란 과정 또한 신속하다. 기생벌답게 다소 잔인한 방법으로 세대를 이어 간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 말총벌은 긴 대롱처럼 생긴 산란관으로 나무껍질을 이곳저곳 찔러 숙주가 될 애벌레나 번데기를 찾는다. 주로 하늘소와 흰점박이회색하늘소가 피해를 본다. 하늘소가 알을 낳기 위해 파고 들어간 구멍을 흡사 내시경 카메라처럼 산란관을 이용해 찾아가는 것이다. 숙주 찾기에 성공하면 이들 표면에 대략 18∼26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한 말총벌 애벌레는 살아 있는 숙주인 하늘소를 먹이 삼고 자라나 번데기가 되고 성충이 된다. 말총벌이 어떻게 하늘소 유충이나 번데기를 찾아 정확하게 산란관을 꽂는지, 어떻게 그렇게 긴 산란관을 통해 알을 숙주까지 보낼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사실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과거 민간에서 말총벌은 영양장애나 소화불량 등 치료약 또는 강장제로 사용됐다. 예전엔 그리 어렵지 않게 채집할 수 있었으나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환경부는 말총벌을 ‘생물다양성 감소 종’으로 지정하고 증감 변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연의 생물들은 하나의 생명으로 존재하기 위해 나름의 생존 방법을 터득하고 각자의 역량을 키우며 진화한다. 우리 생물이 얼마나 소중한가? 우리네 세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전미정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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