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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신약도 개발…경제성 무한대"

'곤충 연구 25년'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생물다양성 따른 실생활 이익 커

국민에 적극 홍보, 공감대 유도를

곤충에 대한 막연한 혐오 없애려면

멸종 때 사람이 입을 피해도 알려야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이 연구소 내 마련된 국내 유일의 애벌레 박물관에서 애벌레의 활용 가능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야 할 존재’라고 말하곤 합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국민에게는 와닿지 않는 표현입니다. 오히려 ‘너나 같이 잘 살아라’는 말을 듣기에 십상이죠. 접근을 달리해야 합니다. 생물 다양성이 우리 실생활에 이익을 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25년간 곤충과 애벌레 연구 외길을 걸어 온 이강운(64)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1일 강원도 횡성군 하대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생물 다양성이 곧 돈”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소장은 국내 대표 곤충학자 중 한 명이자 세계 유일의 애벌레 전문가이기도 하다. 1983년 한 언론사의 자연 생태계 학습 탐사 단장을 지낸 후 곤충에 매료돼 1997년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했다. 8년 후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곤충의 서식지 조성과 보존 등을 위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세웠다. 세계 유일의 애벌레 은행도 여기에 있다. 현재는 애기뿔소똥구리·붉은점모시나비·물장군 등 멸종 위기 지정종 3종과 왕은점표범나비·물방개·금개구리의 증식 복원을 진행 중이다.

애벌레 박물관


곤충을 사랑하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곤충은 인간과 같이 살아야 할 존재’라는 표현이다. 많은 곤충은 사람에게 특별한 해를 끼치지 않지만 언제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 다리가 많고 꿈틀대는 것을 보고 ‘벌레’ ‘징그럽다’는 단어를 써가며 몸서리친다. 이런 사람들에게 ‘동물과의 공존’이라는 말이 통할 리 없다. 얼마 전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를 중심으로 집단 출현해 주민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던 일명 ‘러브 버그(털파리)’도 마찬가지다. 러브 버그는 해충이 아니다. 오히려 환경을 정화해 주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생명 주기도 짧아 1~2주가 지나면 자연히 사라질 현상이었지만 주민들의 아우성으로 방역 대상이 됐다. 이 소장은 “생물 다양성을 당위론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며 “곤충이 사라지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그로 인해 우리가 받는 피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이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는 멸종 위기종 2급 물장군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생물 다양성을 경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희귀 곤충 한 마리를 복원·증식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인 물장군 한 마리가 57만 원, 1급인 붉은점모시나비는 마리당 3000만 원이나 된다. 곤충 한 마리를 살린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이 소장의 지론이다.

이뿐만 아니다. 곤충은 3억 5000만 년 전부터 존재했다. 50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는 비교 대상조차 아니다. 생애 주기도 짧아 사람의 1년이 모기에게는 1100년이나 된다. 그만큼 많은 세대를 거쳤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곤충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전자원을 갖게 됐다.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하면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보물들이다. 이 소장이 지난해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에서 치주염 등 치주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 억제 물질 ‘TPS-032’를 발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곤충에 대한 오해를 풀고 훌륭한 동물이구나 하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준다면 생명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연에 관심을 갖는다면 혜택은 현세대가 누리고 미래 세대는 업보만 물려받는 결과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소장이 멸종 위기종 1급인 금개구리 복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곤충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 소장이지만 요즘은 일이 꽤 벅차다고 하소연한다. 우선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이 연구소를 압박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리당 100원가량 하던 곤충 먹이용 물고기 값이 최근 180원까지 뛰었고 곤충들을 담는 상자 역시 개당 1만 5000원에서 7만 원 이상으로 뛴 것이다. 할 일은 많은데 같이할 연구원은 태부족이다. 1만 6000평의 부지, 수많은 곤충·금개구리를 부인과 연구원 1명과 관리하다 보니 몸에 무리도 왔다. 그는 “지금 허리에 이상이 생겨 복대를 한 상황”이라며 “연구원을 5명 정도로 늘렸으면 좋겠는데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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