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에 이어 야생 벌도 ‘실종’?···기후변화 심해지면 야생 벌 북상

강한들 기자
유채꽃 축제가 열렸던 2015년 5월 17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서래섬에서 꿀벌이 꽃을 옮겨 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유채꽃 축제가 열렸던 2015년 5월 17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서래섬에서 꿀벌이 꽃을 옮겨 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기후변화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 야생 벌류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야생 벌의 출현 시기, 서식지의 식생 변화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야생 벌의 ‘대량 실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생태원, 동남보건대학교 등의 연구자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전국 야생 벌목 분포에 대한 기후요인 영향 연구’를 지난 6월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최근 개체수가 줄어들어 우려를 낳고 있는 꿀벌만큼 야생 벌 연구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경북 8개 지역과 강원 평창군에서 개화 중인 재배 작물 주변 개화 식물과 상호작용이 가장 많은 곤충은 벌이었다. 2017년에는 참호박뒤영벌이 국내 벌목 중 최초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 되며 국내 야생 벌 감소 현상을 드러냈다. 연구자들은 “화분 매개 곤충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국내외 자연생태계에서는 야생 벌이 줄어들고, 멸종위기종이 출현하고 있다”며 “농업 경제적 가치가 있는 종인 꿀벌류에 관한 연구 뿐 아니라 미래 기후환경변화에 반응할 국내 야생 벌 전반에 관한 연구를 통해 기후 영향에 따른 미래 벌 분포 변화 예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2017~2018년 현장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야생벌 분포는 기온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 꿀벌상과, 청벌상과, 말벌상과처럼 벌의 큰 분류인 ‘상과’ 수준에서는 99% 이상 신뢰 수준에서, 종 수에서는 95% 신뢰수준으로 기후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국내에서 야생 벌 분포를 전국 동시 조사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공통사회 경제경로(SSP) 시나리오를 사용해 벌의 분포 변화를 추정했다. SSP 시나리오는 4개의 표준 경로가 있다. 그 중 SSP2-4.5(기후변화 완화 및 사회경제 발전 정도가 중간 단계를 가정하는 경우, 이하 SSP2)와 SSP5-8.5(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점을 둬 화석연료의 사용이 높은 경우, 이하 SSP5)의 21세기 후반(2081~2100년) 벌 분포를 비교했다. 주요 변수로는 곤충의 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연평균 기온, 월평균 일교차, 연간 강수량, 가장 습한 달의 강수량, 가장 건조한 달의 강수량 등을 고려했다.

연구 결과, SSP2와 SSP5에서 모두 야생 벌의 종 분포가 북상했다. 전국에 서식하는 벌, 냉온대중부림에만 서식하던 벌, 난온대림에만 서식하던 벌 모두 북방한계선이 크게 올라갔다. 특히, 난온대림에서 서식하는 벌의 북방한계선이 가장 변화가 심했다.

지구 온난화가 더 심한 시나리오인 SSP5에서 벌들의 북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난온대림에서 사는 벌의 경우 현재는 남부지방과 강원 동해안까지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면서 2081년~2100년이 되면 북한 량강도의 경계 정도까지 서식할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저자인 이상훈 국립생태원 생태정보팀장은 “항온 동물인 포유류와 달리 곤충은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고 말했다.

만약 기후 변화에 따라 벌의 서식지가 북상하게 된다면, 꿀벌처럼 야생 벌도 큰 규모로 ‘월동 폐사’할 가능성이 있다. 날개가 있는 곤충은 기온 변화에 따라 빠르게 북상하지만, 식생은 그만큼 빠르게 이동할 수 없어서 ‘생태적 부조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생태적 부조화’ 현상에 야생벌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을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꿀벌에서 나타난 ‘월동 폐사’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야생 벌에 대해서도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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