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MPANY] 식용곤충·스마트벌통… 끊임없는 기술혁신, 미래농업 싹 틔웠다

입력: 2023-03-28 13:25 김동준 기자

폰트

기자 구독

식용곤충 연구 역점… 해외서도 사육기술 주목
먹기 쉬운 셰이크 제품 개발로 보급 확대 견인
스마트벌통은 꿀벌 활동량·생존기간 크게 높여
개체수 감소 해결하고 농가 소득 향상 효과까지
K농업기술 주도… 작년 이어 올해도 '우수기관'

[POWER COMPANY] 식용곤충·스마트벌통… 끊임없는 기술혁신, 미래농업 싹 틔웠다

지난 21일 본지가 전북 전주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존진흥청에서 연구원이 식용곤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준 기자 blaams@

"세운상가를 한 바퀴 돌면 탱크도 만든다고 하잖아요? 농촌진흥청은 농업계의 세운상가 격이죠."

지난 21일 전북 전주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진청을 둘러보며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농업 분야의 모든 현안을 다루는 농진청은 1962년 발족 이후 우리나라 농업기술의 본산(本山) 역할을 해왔다. 보릿고개가 극심했던 과거를 딛고 1970년대 '녹색혁명'과 1980년대 '백색혁명'을 거치며 식량 자급화, 건강한 먹거리, 고부가가치 농산물 개발 등을 위해 수십년간 농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1일 전북 전주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촌진흥청에서 사육 중인 갈색거저리의 모습. 갈색의 유충은 식용으로 활용되는 반면 검정색의 성충은 식용으로 쓰일 수 없다. 김동준 기자 blaams@

녹색혁명이란 전통적인 농법이 아닌 품종개량 등을 통해 농업생산량이 크게 확대된 과정을 뜻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육종한 통일벼가 녹색혁명의 산물이다. 사시사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맛볼 수 있게 한 백색혁명은 흰색의 비닐하우스가 전국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따온 말이다.

이에 농진청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부 업무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농진청은 지난 5년간 이뤄진 평가에서 종합 우수기관에 4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660만㎡에 달하는 농진청 부지 위에는 연구 시설과 기술 실증을 위한 유리온실 등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젊은 층으로부터 각광받는 스마트팜뿐 아니라 노지작물, 원예, 축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보니 보통의 시설로는 연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진청이 주력으로 기술 개발 중인 분야를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귀띔했다.

농진청은 올해 1월 발표한 '2023년 주요업무계획'에서 '과학기술로 만드는 활기찬 농업·농촌, 더 나은 미래'를 기치로 내걸었다. 핵심 추진과제로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촉진 △식량주권 확보 지원 △농축산물 생산·수급안정 지원 △농촌 활력화·현장지원 확대 등 4가지를 설정했다. 현 정부 출범 2년차로 접어든 만큼 과학기술을 통한 농업의 미래성장동력 창출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식용곤충 중 하나인 갈색거저리 유충. 시중에는 고소한 애벌레라는 뜻의 '고소애'나 밀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사진=농촌진흥청 제공>

◇미래식량으로 뜬 식용곤충, 탄소 걱정 덜었다= 식용곤충은 농진청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 중 최근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 문제가 경제·산업 전반에서 대두하는 상황에서 식용곤충은 질 좋은 단백질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일례로 갈색거저리(유충)는 대표적인 식용곤충이다. 시중에는 고소한 애벌레라는 뜻의 '고소애'나 밀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갈색거저리는 1kg을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7.58g에 불과하다. 같은 양의 소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3000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식용곤충이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큰 강점이 있는 셈이다. 생산 효율이 높다는 점 또한 식용곤충의 이점으로 꼽힌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드는 사료는 8kg에 달하지만 식용 귀뚜라미는 같은 양을 생산할 때 2kg 남짓한 사료만 있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식용곤충이 지금보다 더 보편화되려면 몇 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 대중의 '수용성'이다. 곤충의 외형적 특성상 사람들이 쉽게 먹거리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어서다. 농진청 관계자는 "사실 곤충까지 먹어야 하느냐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식용곤충 보급에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농진청은 식용곤충을 보다 먹기 쉽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고소애 셰이크다. 하루 1포(30g)를 섭취하면 단백질 약 13g을 보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고소애 셰이크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항암치료 중인 환자의 영양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를 검증받았다. 지난달에는 고소애가 근육 감소를 막는 데 탁월하다는 점도 입증했다.

농촌진흥청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사진=농촌진흥청 제공>

고소애 추출물을 근육세포에 처리했을 때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았을 때보다 근육 분화 촉진 지표 발현량이 약 60% 증가했다. 근 위축·감소가 있는 근육세포에 고소애 추출물을 처리했을 때는 근 위축 관여 지표 발현량이 약 36% 줄어들었다. 이런 내용은 국제학술지인 '라이프'에도 게재됐다.

식용곤충이 단순히 식량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양어나 반려동물 사료용으로 활용되는 동애등에 유충의 경우 15일간 2~3g의 음식물을 분해할 수 있는 일종의 청소부다. 동애등에 유충을 5만마리 이상 사육하는 데 필요한 공간은 1㎡ 남짓이다. 15일 안에 100kg의 음식물 분해가 가능하다.

농진청의 연구에 힘입어 곤충산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곤충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32억원 증가한 446억원으로 나타났다. 식용곤충이 231억원(51.8%)으로 비중이 가장 컸고, 뒤이어 사료용곤충 109억원(24.4%), 학습·애완곤충 42억원(9.4%) 및 기타 64억원(14.3%) 등 순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료용 곤충인 동애등에는 지난 5년간 산업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작년 곤충업 신고(생산·가공·유통) 업체 역시 전년 대비 139개소 증가한 3012개소로 집계됐다. 동애등에 농가 수는 35% 가까이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식용곤충 사육 기술은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현재 농진청은 국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학습과정 기획·제작을 위해 현지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올 상반기 중 현지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아프리카 대륙의 짐바브웨다. 지난달 세계은행(WB) 지식교류협력 총괄책임자를 면담하고 곤충사육 학습과정 등 신규 과정 공동개발에 대한 의견도 공유했다. 조재호 농진청장은 "지난 60년 동안 축적한 농업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자립기반 구축에 집중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지구촌 공동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내부 구성.<사진=농촌진흥청 제공>

◇벌 개체 수 감소? '스마트벌통'으로 해결한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북미 등 전 세계적으로 벌 개체 수가 감소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농진청은 스마트벌통 보급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꽃가루를 퍼트릴 벌 개체 수가 줄어들면 농작물 생산량에도 큰 타격이 빚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국내에서는 한 해 평균 61만개의 화분매개용 벌통이 농작물 수분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딸기와 토마토 등 시설 과채류에서의 화분매개벌 사용률은 67%에 달한다. 다만 지금까지 화분매개벌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작물 재배 농가들은 벌 관리가 생소하고 정보가 부족하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더구나 꿀벌 개체 수까지 줄면서 농가의 애로는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농진청은 작물 재배 농가에서 꿀벌, 뒤영벌 등 화분매개 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분매개용 스마트 벌통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효과적인 온도·습도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벌통은 일반적인 벌통과 비교해 꿀벌 활동량을 1.6배, 생존기간은 65% 늘려준다는 설명이다. 스마트벌통은 계절에 따라 꿀벌들의 활동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예를 들어 겨울철에는 벌통 내부가 화분매개용 꿀벌이 가장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온도 30℃·습도 60%)을 유지해준다. 여름철에는 벌통 내부 온도를 2℃ 낮추고, 벌에게 해로운 CO2를 100ppm 줄이는 식으로 작동한다.

농진청은 스마트벌통을 적용했을 때 딸기 농가는 10a당 117만원, 토마토 농가에서는 100만원의 이익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스마트벌통을 채밀을 위한 양봉에 맞게 개선함으로써 화분매개뿐 아니라 일반 양봉용으로도 기술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농가에 기술이 적극적으로 보급되도록 화분매개용 디지털벌통 기술 시범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준기자 blaams@dt.co.kr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22
☎ 02) 3701-5500
등록번호 : 서울 아01699
등록일자 : 2011.07.15
발행일 : 2000.03.03
발행인/편집인 : 박학용

[POWER COMPANY] 식용곤충·스마트벌통… 끊임없는 기술혁신, 미래농업 싹 틔웠다

이 시간 핫클릭

핫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