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농업강국, 곤충을 주목하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비전 있고 돈 되는 산업 ‘자리매김’
입력 : 2023-07-17 00:10
수정 : 2023-07-17 05:01
세계 최대 갈색거저리 생산기업 ‘인섹트’ <프랑스>
3000㎡ 규모 1호 시범공장
연간 1000t가량 대량 사육
비교적 관리 용이·영양 훌륭
프리미엄시장 기반 성장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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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섹트’가 연간 10만t의 곤충 소재를 생산하기 위해 프랑스 아미앵에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갈색거저리 자동화 대량 사육공장. 이달말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유럽의 농업 강국들이 새로운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름 아닌 ‘곤충’이다. 곤충을 키워 식품·화장품·사료·비료 등의 원료로 활용하는 곤충산업이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한축으로 부상했다. 네덜란드·프랑스 등은 일찌감치 곤충 사육부터 가공까지 자동화 공정을 도입해 대량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 정부도 올해 ‘그린바이오산업 육성 전략’을 세우고 곤충산업 활성화에 시동을 걸면서 유럽의 곤충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6월말 농림축산식품부가 네덜란드·프랑스의 곤충산업 선진 기업을 조사하기 위해 떠난 여정에 ‘농민신문’이 동행했다. 유럽의 한발 앞선 곤충산업 현장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6월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리옹역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남짓 달려 돌르라는 작은 도시에 내렸다. 돌르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이다. 이 조용한 고장에 뜻밖에도 세계 최대 갈색거저리(밀웜) 생산기업 ‘인섹트(Ynsect)’의 토대가 된 1호 시범공장이 있다.

1호 시범공장에 도착하자 헨리 제닌 기술이사가 기자를 맞았다. 그는 25년 전 프랑스에서 처음 갈색거저리를 사육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를 따라 3000㎡(약 900평) 규모의 공장에 들어서니 갈색거저리 알을 유충·종충으로 키우고 유충 기반 소재를 만드는 자동화시스템이 눈앞에 펼쳐졌다. 특히 사육장에 설치된 대량 사육 스태커 장치가 인상적이었다. 27m 높이의 철제선반에 7만2000개에 달하는 갈색거저리 사육상자가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 상자들은 일주일에 두번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자동급여장치로 옮겨져 소맥피(밀기울)·수분사료 등을 공급받는다.

갈색거저리 알이 부화해 유충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0∼70일. 사육상자 1개당 2∼3㎏의 유충이 생산된다. 알·유충·번데기·성충을 자동 선별하는 시빙머신을 거친 유충은 가공실에서 단백질 가루, 수용성 단백질, 오일로 재탄생한다. 갈색거저리 분변은 비료가 된다.

그는 “이 공장에선 연간 1000t가량의 소재를 생산한다”며 “1호 시범공장은 2016년 설립 이후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갈색거저리 대량 사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기틀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인섹트’가 갈색거저리로 생산한 단백질 가루(왼쪽부터), 수용성 단백질, 오일과 갈색거저리 분변으로 만든 비료 펠릿. 

인섹트는 2011년 곤충산업에 뛰어든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신생 기업)이다. 프랑스·네덜란드·미국에 기반을 두고 갈색거저리로 돼지·가금류 등 가축이나 양어·반려동물의 사료, 비료, 식품의 단백질원이 되는 소재 생산에 주력한다. 생산량의 90%는 유럽지역에서 판매된다.

인섹트가 곤충산업을 선택하고 갈색거저리만 취급하는 이유는 확고하다. 파리 본사에서 만난 기욤 다울라스 인섹트 사업개발이사는 “기후변화·식량위기 등으로 자원의 한계가 명확하게 나타나는 현시점에서 곤충은 단백질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적어 지속가능한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갈색거저리는 날아다니지 않아 비교적 관리가 쉬운 만큼 대량 사육에 걸맞고 영양도 뛰어나다”고 했다.

프랑스 프랑슈콩테 쥐라주 돌르에 있는 ‘인섹트’의 1호 시범공장 내부. 적층 구조의 갈색거저리 사육상자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자동급여장치 등으로 이동한다. 하지혜 기자, 인섹트

인섹트는 곤충 소재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인섹트에 따르면 갈색거저리 분변으로 만든 비료를 사용했을 때 밀과 유채 수확량이 화학비료를 쓸 때보다 20% 증가했다. 토양미생물 활동도 화학비료 사용 대비 180% 늘었다. 어분 사료 대신 갈색거저리를 원료로 한 양어 사료를 썼을 땐 어류 성장률이 35% 증가하고 폐사율이 40% 감소했다.

곤충 기반 반려동물 사료는 자연성분으로 만들어 소화하기 쉽고 개의 피부병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섹트는 곤충의 단백질이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등 우유 단백질 같은 영양학적 이점이 있는 데다, 우유 단백질 대비 간의 콜레스테롤을 60% 낮춘다는 점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전이 있고 돈이 되는 산업엔 투자가 붙기 마련이다. 인섹트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최근 프랑스 아미앵에 세계 최대 규모인 4만5000㎡(약 1만3600평)의 갈색거저리 자동화 대량 사육공장을 완공하고 7월말 정식 가동을 앞두고 있다.

6월30일 찾은 아미앵의 신축 공장은 광활한 밀밭에 둘러싸인 채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아쉽지만 아직 보안상 내부는 들여다볼 수 없었다.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모든 공정을 자동화한 이곳 공장에선 연간 10만t의 소재가 생산될 예정이다. 아울러 인섹트는 주변 밀밭에서 나온 소맥피를 자동화 공장에 바로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아미앵을 공장 부지로 정한 건 이같은 장점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한 결과다. 돌르의 시범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인섹트는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심혈을 쏟는 듯 보였다. 앞서 6월28일 방문한 인섹트의 R&D센터에는 회사 전체 직원 300명 가운데 6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료 효율성 향상과 우수 품종 육종, 곤충 질병 연구 등이 주요 R&D 과제다. 활기차게 돌아가는 R&D센터에서도 곤충산업의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곤충산업 연구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토마스 르페브 신사업R&D총괄본부장은 “경력직을 뽑는 희소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연구인력 채용 경쟁률이 높다”며 “프랑스에선 곤충산업을 전도유망한 분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다”고 말했다.

파리·돌르·아미앵(프랑스)=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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